[후기 : 배급아카데미 5기] <아침바다 갈매기는> 언론/배급시사 후기 | 2024.1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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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배급아카데미 5기 후속과정] <아침바다 갈매기는> 언론/배급시사회 참여 후기 - 인디그라운드 배급아카데미 수료생 배윤서 - 올 한해도 결국 영화였습니다. 쌀쌀한 가을 바람보다 금빛 은행잎이 거리를 감싸던 어느 11월의 가을날, CGV 용산에선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의 언론/배급 시사회 상영이 진행되었다. 평일 오전에 진행되는 시사회이다 보니 극장 안 분위기는 조금 한산했지만, 자리에 착석한 기자분들과 독립예술영화관 프로그래머분들의 얼굴엔 영화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보이는 표정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뉴커런츠상, 뉴 커런츠 관객상, NETPAC상)을 수상하며 개봉 전부터 올해의 독립영화라는 칭호를 받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연이은 해외 영화제 초청 소식들을 알리며 주목받고 있는 이 영화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을지 궁금증을 가지고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작은 어촌 마을의 삶에 질려 탈출을 꿈꾸던 젊은 어부 용수는 자신이 일하는 배의 선장 영국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사고사로 자신의 죽음을 위장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 용수는 어머니와 아내 영란에게 자신의 빈자리를 보험금으로 채워주고자 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보험금을 원치 않는다. 영국은 한 달이면 용수의 가족에게 보험금이 지급될 거란 말을 믿고 이 위험한 계획에 동참하지만, 용수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가족들로 인해 계획이 어긋난다. 오히려 어딘가 살아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용수를 끊임없이 기다린다. 한편 용수의 죽음은 단순히 가족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어촌 사람들은 잠시 생업을 멈추고 용수를 찾기 위해 수색을 나서기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도움을 주고자 한 어민들의 수색은 보상금을 노리는 수단으로 변질된다. 당일 경매장과 식당에 물고기를 내놓지 못한 어민들은 생계에 위협받게 되고 어촌 사람들 사이에 갈등은 점점 깊어져만 간다. 그렇게 영화는 은연중 숨겨둔 인간의 시기와 질투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삶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낸다. 이런 소동 가운데 영국은 왜 용수의 청을 들어준 걸까. 해병대 군인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용국은 참 가부장적이면서도 정이 많은 노인이다. 고집불통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영국이지만 자신만의 평생 후회를 제대로 표현하기 서툰 이 시대의 아버지다. 딸들이 자신을 떠난 후, 영국에게 용수는 자기 자식처럼 대했을 것이다. 용수의 부탁을 거절하면 영국의 딸처럼 불행해질 것 같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반면 영화 속 용수의 부재에 가장 불행을 느낀 인물은 용수의 아내 영란이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와 남편을 잃고 그 충격으로 아이마저 유산한다. 남편의 죽음은 결국 영란을 한국에서 추방당할 위기까지 처하게 된다. 설상가상 보험금을 타게 되는 인물이 영란이라는 이유로 어촌 사람들은 그녀를 시기하게 된다. 마을에 같이 사는 베트남 친구는 영란에게 ‘아무리 노력해도 여기 사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 동네 사람들이 지겹다’라는 말을 하는 이 곳. 누군가의 죽음 속에서 위로는 없었고 영란을 향한 편견은 빌딩 숲 도시보다 오히려 가까운 공동체가 형성된 작은 어촌에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영화 상영 후, 여운이 짙은 극장의 분위기 속에서 박이웅 감독님, ‘영국’역을 맡은 윤주상 배우님, ‘판례’역을 맡은 양희경 배우님께서 참석하며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사람들이 떠나고 싶은 곳이 더 좋은 곳이 아닌 지금 가진 돈으로 충분히 떵떵거릴 수 있는 곳이면 어떨까 하는 서글픈 아이디어로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윤이웅 감독님의 말씀과 함께 친근함과 따뜻함을 관객들에게 각인되도록 윤주상, 양희경 배우님을 캐스팅하게 된 비하인드를 밝히셨다. ‘영국’역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윤주상 배우님은 ‘영화제에서 먼저 관객들과 관람을 하니 어떤 부분에서 공감하고 반응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지평이 넓어지는 느낌의 공부가 됐다’며 소감을 전하셨다. ‘판례’역으로 16년 만에 영화로 복귀한 양희경 배우님 역시 ‘영화제에서 젊은 관객분들과 함께 내가 어떻게 연기했는지 열심히 보다 어느새 관객이 되어 관객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영화를 본 것이 영화만의 매력이자 뜻깊은 경험’이라며 소감을 밝히셨다. 이후 기자분들의 질문 시간이 이어졌다. 영화를 보면서 실제 어촌마을에 있는 듯한 배우님들의 연기가 인상 깊어 직접 손을 들어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다. 영국과 판례 캐릭터를 위해 준비하는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질문을 드렸는데 먼저 윤주상 배우님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작품 속의 일상과 영국은 어떤 힘으로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깊으셨다며, 배우로서의 연기가 아닌 일상성의 연기로 어떻게 다가갈지 어려운 부분이었다는 고백이 담긴 답변을 주셨다. 양희경 배우님 대한민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든 엄마들을 생각하며 연기를 했고, 나 또한 엄마이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다는 말씀을 주셨다. 두 배우만의 연기 내공보다는 영화를 위해 새롭고도 익숙하게 접근하신 배우님들의 열연은 전 세대에게 진심을 통할 수 있는 이 영화만의 큰 메리트다. 여러 질문이 이어진 후, 기자간담회가 끝나갈 무렵 윤주상 배우님의 마지막 소감이 아직도 인상적으로 남았다. '이 영화는 나이 든 사람들도 활약할 수 있어 무척 좋았다. 인생은 어린 나이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파노라마인데, 그 중 젊음에만 포커스를 맞춰야할 필요는 없지 않나. 앞으로도 인생의 깊은 맛, 삶의 의미가 녹아든, 나이 든 배우들도 연기할 수 있는 좋은 시나리오가 많이 생겨 사랑받는 영화로 탄생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어떤 기회가 된다면 열심히 하겠다.'는 짙은 소감이셨다. 당시 극장 내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의 박수를 받았고, 그렇게 기자간담회는 진솔한 여운과 함께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는 끝처럼 보이는 공간을 살거나 달아난 인간은 어디를 향해, 어디에 살아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어촌의 삶에 싫증을 느낀 용수처럼, 어촌의 차가운 시선 속에 살아가는 영란처럼, 어촌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형락처럼. 서울살이 5년 차임에도 아직 서울이란 도시가 낯선 나처럼. 미래의 시간은 지금도 계속 오고 있지만, 정작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모르는 공간의 삶이다. 방황하는 면적이 넓더라도 끝처럼 보이지만 끝이 아닌, 저 수평선 너머 해가 떠오르는 바다를 영국의 배처럼 묵묵히 항해한다면 불행이 짙은 우리 삶의 현실에 언젠간 일출의 빛을 볼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