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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집 개조한 학원에서 펼쳐진 입시 시스템의 민낯
[2023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23] 영화 <기숙학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비가 내리는 캄캄한 밤, 교복을 입은 학생 하나가 가정집으로 들어간다. 학교에서 늦게 귀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곧 비치는 장면은 커다란 칠판과 그 앞에 놓인 책걸상. 머리를 숙이고 공부에 열중하는 또 다른 학생들이다. 이제 막 들어온 학생도 자신의 자리에 앉아 학생 무리와 같은 모양이 된다. 이 공간은 입시를 앞둔 학생들을 위해 주택을 개조해 운영 중인 기숙학원이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이곳으로 다시 모여 밤새 공부를 하고 또 잠을 잔다. 법적으로는 엄연히 불법이지만, 어느 지역보다 입시 열기가 뜨거운 강남에서 이런 방식의 학원을 찾아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박용재 감독의 영화 <기숙학원>은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사회와 주변 환경의 요구에 의해 삶의 일부를 입시에 저당 잡힌 학원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 가운데 특히 더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은 이 굴레가 조금도 약해지지 않고 갈수록 더 강해지도록 만드는 자리의 사람들이다. 시스템과 내부의 학생들을 이용해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녀가 어떻게든 좋은 성적만 받길 기대하는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매 순간 정의와 양심을 시험당하는 사람까지. 이들 모두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입시지옥의 상징과도 같은 학원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될 수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게 된다.
/ 조영준 칼럼니스트
○ 출처 : https://omn.kr/29a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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