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크랩은 기사의 일부 내용만 발췌하였습니다. 전문은 하단의 링크에서 확인해 주세요.
대출로 산 아파트, 들어갈 수 없는 여자의 속사정
[2023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17] 큐레이션 07 도시에서 산다는 것, <집 보러 왔습니다>
*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01. "여기가 우리 아파트 단지야. 저기가 우리 동."
동네 친구들에게 집을 소개하고 돌아서는 선옥(김자영 분)의 등 뒤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동네에서는 꽤 알아주는 아파트 단지의 그 집이 자가는 맞는데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해 세를 줬다는 말이다. 무표정하게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서는 그녀가 다음 장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공간은 오래된 주택이다. 방금 자신의 집이라고 소개했던 그 아파트가 올려다 보이는 지척의 낮은 구옥. 친구들의 말대로 선옥의 가족은 대출금 문제로 자신들의 좋은 집을 세입자에게 내어주고 지금의 집에서 또 다른 세를 얻어 살고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영화 <집 보러 왔습니다>는 자가 아파트 마련에 대한 꿈은 이뤘으나 무리한 대출로 인해 정작 자신의 집에 들어가 살지 못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일종의 하우스푸어다. 자신의 명의로 된 집은 정작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자신이 살기 위한 집을 또 다른 사람으로부터 빌려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그려진다. 심지어 그 공간이 평생의 노력을 담보로 겨우 건져낸 일생의 유일한 산물이라면 이 문제는 더욱 첨예한 모습이 된다.
02. 이 작품에서 아파트는 단순히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선옥에게 아파트는 평생을 때밀이로 살아온 여자가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자랑을 할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이다. 자신의 평생이 깃들어 있는 자부심 혹은 자존심에 해당한다. 그런 인물이 자신의 전부와도 같은 공간을 타인에게 내주었다는 사실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가혹한 현실과 별개로, 커다란 상처와도 같다.
/ 조영준 칼럼니스트
○ 출처 : https://omn.kr/28p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