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밌는 제목은 폴더 경로입니다. 폴더의 폴더 속에 저장된 파일이 하나 있습니다. '사용 불가 좌석이라도 앉고 싶을 때가 있잖아'라는 이름의 단편영화 편집 파일입니다. 어디에도 공개된 적 없고 오직 이, E 드라이브, 말똥가리 폴더에만 존재하는 영화입니다. 왜 이 영화는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폴더 안에만 있는 걸까요? 영화감독이 아니어도 모두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마음을 다 쏟았는데, 사람들이 알아봐 주지 않고 결과가 안 좋으면 용기는 사라지고 창피한 마음만 커집니다. 영화 속 소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이가 찍은 영화는 망했습니다. 영화를 찍으며 주연배우였던 경민과 사랑에 빠졌지만 그마저도 잘 안 풀린 듯합니다. 즉, 소이의 영화와 연애는 둘 다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소이는 그것이 창피한지 촬영장에서 만난 경민을 피하려 애쓰고, 사람들이 영화에 관해 물으며 민망해합니다. '흑역사'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죠. 그런데 한편, 경민은 그런 소이에게 담백하게 다가갑니다. 심지어 그 망해버린 소이의 영화가 좋았다고- 소이가 다른 시나리오는 안 쓰나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 같은 경민의 태도는 소이로 하여금 사회의 척도, 세상의 인정 유무와 상관없이 자신이 영화와 경민을 진심으로 사랑했음을 깨닫게 합니다. 소이가 모니터 속 경민을 보다 그만 "액션!"하고 외쳐버릴 정도로요. 경민이 읊는 영화 속 대사처럼 우리가 보는 밤하늘의 별은 아주 늦게 도착한 빛입니다. 우주의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흘러서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이 될지 당장 깨닫긴 어렵습니다. 그러니 현재의 관점에서는 우리의 열정이란 게 참 별로인 듯 보일지라도 미래에는 '별'로 보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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