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언젠가 유최늘샘 감독은 아주 긴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정확하게 언제 마침표를 찍으지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커다란 배낭과 카메라를 들고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범죄에 휘말리면서 시작된 여정은 여간 순탄치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 있었다면 상상하지 못했을 일을 경험해 나갑니다. 새로운 사람과 대화하고 마음을 나눕니다. 그리고 전쟁과 난민과 평화에 대해 생각합니다. 숫자로 정리하면, 43개국을 827일 동안 다녔습니다. 그 시간을 103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영화에 담은 것입니다.
이 영화는 오늘날 미디어 문화 관점에서 보면 수십편의 해외여행 브이로그 콘텐츠를 연결한 커다란 묶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가지고 <지구별 방랑자>를 톺아보면 좋겠습니다. 9년에 걸쳐 촬영한 것을 어떻게 한 편의 이야기로 구성하고 편집할 수 있었을까요? 시간을 가로지르며 쓰여진 에세이, 만들어진 음악을 활용하는 방식은 또 어떤가요? 기획하지 않거나 기획에서 탈피하는 우연성을 기반한 영화 만들기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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