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양림동 소녀>는 임영희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구술 생애사 애니메이션으로 <피아노 프리즘>을 만든 오재형 감독이 어머니인 임영희 작가의 그림과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냈습니다. 영화는 임영희 작가가 불편한 왼손으로 직접 그렸던 그림책의 삽화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는 작가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간 순서대로 펼쳐집니다. 이야기는 1969년, 진도에서 광주로 유학 온 꿈 많은 소녀 시절부터, 군부독재 시절 여성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던 청년기를 지나 신체적 장애와 함께 살아가게 된 노년의 삶까지 이어집니다. 연극과 영화를 좋아하고, 수많은 문학작품을 읽으며 글 쓰기를 제법 잘했던 문학소녀는 1972년 여학생으로는 드물게 ‘학생의 날’ 대표상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때마침 발원된 유신헌법으로 인해 행사가 취소되면서 처음으로 역사의식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덧 릴케와 윤동주, 윌리엄 워즈워드와 루이제 린저의 글을 읽던 소녀는 아가씨가 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며 더 폭넓은 사상의 세계를 접하게 됩니다. 20세기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시민운동가였던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여성해방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던 미국의 여성학자 베티 프리단(Betty Friedan), 독일 사회주의 이론가이자 혁명가였던 로자 룩셈부르크(Rosa Luxemburg)를 동경하며 그들의 삶을 따르고자 꿈꾸던 청년은 여성회를 조직하고, 5·18 민주화 운동의 한가운데 서게 됩니다. 이처럼 영화는 소녀에서 청년, 그리고 노년을 맞이한 여성의 개인사를 통해 유신정권과 민주화운동, 5월의 광주와 같은 굵직한 한국 근현대사를 가로지며 아픈 역사와 사회적 차별을 증언하고 소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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