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간판이 빼곡한 빌딩 골목 사이를 무표정한 얼굴로 양껏 가방을 짊어진 수민이가 걷고 있습니다. 한낮의 풍경은 어느새 어둑해지고, 수민이는 엄마의 자동차 안 창문에 기대어 바깥 풍경을 바라봅니다. 이제 막 중3 여름방학을 앞둔 수민이는 여러 학원을 오가며 엄마가 계획한 일정을 따라갑니다. 친구들과 하는 온라인 슈팅 게임 외에는 별다른 목표도,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수민이는 이번 방학을 위한 엄마의 계획이 반갑지도, 그렇다고 크게 싫지도 않습니다. 자꾸 다치고 힘든 검도 말고,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양궁 학원에 등록하라는 말에도, 수학이 부족하니 수학 그룹과외를 하자는 말에도 수민이는 그저 따를 뿐입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정말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거나 시도해 보기도 전에, 엄마가 그려놓은 미래를 향해 엄마가 정해놓은 테크트리를 따라가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한데 그렇게 엄마의 길을 따라가기만 하던 수민이에게 어느 날 좋아하는 것이 생겼습니다. 모두가 과녁을 보느라 종종 잊어버리지만, 자신의 자세를 들여다보는 운동, 결과보다는 바르게 서는 자세가 중요한 운동이라고 말하는 양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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