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에는 ‘봉명주공’이라는 주공아파트가 있습니다. 80년대에 지어진 ‘봉명주공’은 재건축을 앞두고 있습니다. 철거를 앞두고 이 공간이 사라질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집니다. 단지 앞에는 커다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사람들은 마지막을 기억하기 위해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철거를 위해 커다란 펜스가 쳐집니다. 이제 펜스 밖의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볼 수 없습니다. 카메라는 펜스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 영화는 여백이 많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이미지를 통해 보여줍니다. 익숙하게 보던 방송 다큐멘터리의 문법과 달라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감독은 ‘봉명주공’의 “정서와 기억을 기록”하기 위해 이 영화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봉명주공’은 도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달리 하나의 작은 마을에 가까운, 공동체적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아파트단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는 이 공간에 켜켜이 쌓여 있던 역사를 천천히 보여줍니다. 한집 씩 이사를 떠나는 과정, 나무가 하나씩 잘려 나가는 과정, ‘봉명주공’에서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재건축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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