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시는 아주 가깝습니다. 둘 다 "은유"를 중요하게 사용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은유란 무엇일까요? 마이클 래드포트의 영화 <일 포스티노(1994)>에 좋은 설명이 있습니다. 유명한 시인에게 시를 배우던 우편 배달부는 사랑에 빠진 뒤 은유가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자 저절로 이런 문장이 떠오른 것입니다. "당신의 미소는 나비의 날개처럼 얼굴 위에 펼쳐져요." '나비의 날개'라는 단어가 어떤 느낌을 주나요? 나비의 날개가 펼쳐지는 장면을 상상했을 때는요? 아마 '마음이 벅차고 일렁거렸다.' 혹은 '아주 부드럽고 연약해 보였다.' 등등 일 듯합니다. 이처럼 은유는 "나 너 미치게 사랑한다!" 보다 많은 뜻을 숨기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정확히 무엇이다,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몸이나 마음, 느낌으로는 전해지지요. 그럼, 영화는 어떤 방식으로 은유를 사용할까요?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의 마지막 장면을 봅시다. 노을이 지는 시간, 언덕을 오르는 늙은 어머니의 모습은 우리에게 어떤 느낌을 주나요? 왠지 고난이 끝나지 않는 느낌이라 마음이 아플 수도 있고, 저 언덕 끝엔 평지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평온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장면 또한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죽은 아들처럼 귀가 멀어가는 소녀와 나란히 앉은 어머니의 모습 역시 은유이고, 대학교에서 헤매는 나이 든 어머니의 모습도 은유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죽은 시인의 어머니는 글을 읽지 못했다는 설정 마저도 사랑했지만 소통하지 못한 두 사람 관계의 은유라고 할 수 있지요. 이처럼 영화는 이야기와 이미지의 은유를 통해 말로 하기 어려운 감정과 감각을 전합니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상실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결국 '언덕을 넘어선 누군가의 내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게 감독 혹은 시인에게는 어머니가 언덕을 오르는 저녁 무렵의 장면으로 떠올랐습니다. 여러분은 '살아가는 힘'을 생각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나요? 각자의 은유를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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