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해서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화자는 어느 날부터 책을 읽을 때마다 어깨에 자신의 것이 아닌 긴 머리카락이 닿는 감촉을 느낀다.
어느 날, 어김없이 느껴지는 머리카락의 감촉에 뒤를 돌아본 화자는 자신의 어깨너머로 책을 보고 있는 귀신과 마주친다.
귀신 역시 책을 좋아하지만 스스로 책을 꺼내고 넘길 수가 없어서 자신과 비슷한 책 취향을 가진 화자의 어깨너머로 늘 책을 봐 왔다고 했다.
화자는 귀신과의 대화중 이 귀신이 ‘귀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한 책 집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위한 사람들과 귀신들의 인터뷰 작업에 동참한다.
연출의도
한국사회에서 우리는 귀신이라는 미지의 존재들에게 뿌리깊은 부정적인 편견과 공포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귀신이 존재한다면 한때 그들의 동족이었던 우리가 가지는 한치 의심 없는 강한 거부감은 이에 반박할 의사소통 방법조차 가지지 못하는 그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일 것인가.
가상의 존재인 ‘귀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실제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약한 존재들에게 죄책감 없이 부과되는 수많은 폭력적인 편견들을 비판하고자 했다.
우리는 스스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직접 맞닥드리고 해결하는 어려운 방식 대신 충분한 발언권을 가지지 못하는 약한 존재들에게 문제점을 전가하고 폭력을 행사함으로서 스스로의 문제는 잊어버린채 안도하는 쉽고 비겁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