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산〉은 45년 만에 지구로 돌아온 도깨비(외계인)와 외계 생명체 연구자인 내가 나누는 대화를 통해, 동두천 보산동, 평택 안정리 등 과거 번성했던 기지촌 곳곳을 비춘다. 누군가를 찾는 도깨비의 여정에 함께하며 ‘나’는 물과 기름으로 대변되는 기지 근처 사람들과 미군의 관계, 성병 낙검자 수용소의 하루 일과, 캐내고 파묻었던 기지 주변 땅에 대한 내력을 거쳐 미군 위안부들이 묻힌 동두천 무연고 무덤가 상패산까지 도달하게 된다.
연출의도
2022년 9월 29일, 대법은 기지촌 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첫 국가 단위 배상 책임 인정, 판결 선고를 내렸다. 2014년 6월 피해자 120명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일부 취하, 세상을 떠나면서 원고는 95명으로 줄었다. 70년 만에 존재를 인정받은 미군 위안부 여성들을 더 이상 타자화가 아닌 사회의 이야기로 각인하는 과정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꼭 필요하다 여긴다.
더욱이 국가 사업이라는 명분하에 기지촌에 동원, 무연고 묘지에 묻힐 수밖에 없던 미군 위안부 여성들의 무덤은 2023년 11월 묘지 개장 후 시민 공원으로 변모를 앞두고 있어, 다큐멘터리 작업으로서 이를 기록하며 남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