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빚에 시달리는 홍이는 치매에 걸린 엄마 서희를 요양원에서 데리고 온다. 홍이는 그저 돈이 목적일 뿐 서희와의 생활에서 어떤 기대도, 잘 지내고자 하는 마음도 없다. 홍이는 서희의 돈으로 자신의 빚을 갚기도 하고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 홍이는 서희의 돈을 몰래 쓰는 것에 조금씩 무감각해진다. 홍이와 서희는 함께 지내는 시간 동안, 상처를 주고 받던 자신들을 마주하며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하지만 30대 후반, 일과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려는 홍이에게 서희의 존재와 깊어지는 치매 증상은 무겁게만 다가온다.
연출의도
지방에 계신 엄마가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신다는 말을 들었다.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엄마에게는 딸인 내가 있는데 딸인 나는 엄마가 될 생각이 없었다. 영화 <홍이>는 생활고와 빚에 시달리는 홍이가 치매에 걸린 엄마 서희를 요양원에서 모셔 와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이용하는 이야기로,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주변의 30대 후반 비정규직 비혼 여성이 당면한 삶과 부모의 부양과 돌봄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또한 남들만큼 살고 싶었던 고학력 여성이 점점 사회적 평균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을 때 불안과, 그와 더불어 우리 눈앞에 다가온 초고령화 사회에서 지금의 3, 40대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