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유산, 세탁소
재개발 지역에서 살아남아 가족의 진짜 유산이 될 수 있을까?
도심 속 하군 해녀 옥희에게 어느 날 전 남편의 딸 은영이 찾아왔다.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아들 경식은 어린 손주, 준서를 맡기고 사라졌다.
잠시 머물기로 한 은영은 옥희의 사고와 의붓 조카 준서의 등장으로 떠날 때를 놓치고 옥희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딸의 양육권을 찾기 위해 돈이 절실한 은영은 아버지가 남긴 세탁소에 욕심이 생긴다. 세탁소를 새롭게 단장해 팔아넘기려는 은영과 전단지를 돌리며 세탁소를 지키려는 옥희는 삐거덕거리며 갈등한다. 작은 마을에 재개발 바람이 불어오고, 개발업자는 은영을 이용해 주변 상권을 개발하려 하지만 은영이 쉽게 넘어오지 않자 세탁소를 방해하며 위협하기 시작한다. 오래도록 묵혀둔 감정들까지 얽히고 설켜 서로를 속이며 궁지로 몰아넣는다.
연출의도
소시민의 삶은 사회의 거울이다. 도시로 쇠락한 골목, 꿈을 잃어버린 자식들, 노동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노모, 이들을 압박하는 재개발의 욕망은 상처를 감추며 살아가는 가족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아 간다. 비루한 현실을 살아가야 하지만 입을수록 새 옷으로 거듭나는 갈옷(풋감으로 염색한 옷)처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어긋나고 뒤틀린 가족이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가족의 진정한 유산을 찾아가는 이 이야기가 다양한 이유로 타인에게, 혹은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조그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