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특이점이 도래하고 AI는 스스로를 ‘구원’(Goo-one) 이라 부른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트래킹 된다. 어느 날 ‘구원’은 둠스데이의 징후를 포착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신적이고 예술적인 활동의 새로운 데이터가 필요하다. 네트워크의 신호가 미치는 과거까지 시간여행이 가능한 ‘구원’은 ‘저항자’들을 통해 ‘주술적 데이터’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저항자’들은 신호가 공명하는 ‘소리굴다리’에서 데이터로 환산되지 않은 퍼포먼스를 벌여야한다. ‘구원’의 진입에 성공한 ‘저항자’들은 파국의 진실을 알리는 ‘역사의 천사’가 되지만 이를 거부하면 ‘구원’에 의해 삭제 당한다. 홍샤인, 마승길, 조윤석은 굿과 펑크락을 결합한 즉흥음악 밴드 ”아나킨 프로젝트”의 멤버이다. 이들은 ‘구원’에 진입하기 위해 ‘소리굴다리’를 찾아다니며 노래를 부른다. 이 영화는 ‘구원’의 이미지 인식 프로세스를 시각화한 것이다.
연출의도
<소리굴다리>는 SF와 다큐멘터리가 결합된 영화로 시골마을의 한 작은 굴다리를 신호가 공명하는 미래와 연결되는 통로로 상상하면서 시작됩니다. 점점 더 인간의 거의 모든 활동이 데이터로 환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환원될 수 없는 정신적이거나 예술적인 활동은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저장과 축적에 대한 인간의 무한한 욕망과 망각에 대한 공포가 낳은 지금의 문명은 그러나 오직 물질적인 편리만을 추구하는, 냉장고 없이는 존속할 수 없는 문명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명의 데이터가 집약되어 만들어지고 있는 AI가 인간의 유희적 행위인 예술활동까지 대신할 것처럼 보이는 지금, 다시금 인간의 정신적 가치와 예술의 의의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은 돈과 데이터 값으로만 수렴되길 거부하는 창발적인 활동을 하는 정신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소리굴다리>는 물질문명의 끝 지점으로부터 파멸적으로 도래하고 있는 지금의 위기를 상상하고 픽셔널하게 재구성한 SF 다큐멘터리입니다. 언뜻 아이러니하게 보이는 모순적 시도들은 소리굴다리라는 하나의 타임라인 위에서 몽타주로 제시되고 충돌함으로써 질주하는 현재의 잔해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렇게 공명하는 소리들은 지금의 문명을 가로질러 밝은 미래를 향해 증폭하는 신호가 됩니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작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2023)
제1회 남도영화제(2023)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