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CODA), 공순이, 막노동, 낙태, 이혼' 등 공순의 삶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피해자로서의 여성 서사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공순은 세상이 자신에게 덧씌운 틀을 가볍게 웃어넘기면서 굳건하게 삶을 이어가는 특유의 긍정적인 힘으로 삶을 살아낸다. 영화 <공순이>는 땀 흘려 노동하며 한 가정을 꾸려가는 공순이의 삶을 쫓는다.
연출의도
브래지어 끈이 보일 정도로 땀 흘리며 벽지를 바르고 있는 이의 이름은 공순이다. 청각장애인인 공순의 아버지가 마을 이장에게 이름을 등록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이장이 동사무소로 가는 도중에 받아 든 이름을 잊어버려 공순 어머니의 고향인 고흥을 빠르게 발음해 즉흥적으로 만든 이름이 ‘공순’이었다. 자신을 괴롭히던 고향을 떠나 신발공장에 취직할 때 선희로 속이며 입사한 공순이가 나의 엄마다.
서른 즈음 나는 오랫동안 꿈꿨던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기 위해 무작정 카메라를 들었다.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이자 건설 현장에서 18년 동안 일하고 있는 엄마가 궁금해졌다. ‘버버리 딸, 공순이, 이혼녀’라는 수식어가 삶에 들러붙어 있었음에도 내 앞에서 힘들다는 내색 한번 않던 공순이의 삶은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