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향하는 승용차, 야외 굴다리 밑에 차를 주차시킨다. 남자는 간간이 조수석에서 웃고 있는 아내와 뒷자리에서 잠든 아내를 떠올린다. 마치 라이브 방송을 하듯이 블랙박스로 자신을 촬영하는 남자. 블랙박스가 꺼지면서 터널 끝에 주차된 차량이 보이고, 그 위로 인천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30대 남성이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숨진채 발견됐고 경찰은 유서 대신 블랙박스에 유언을 남긴 남성이 결혼한지 얼마 안 된 신혼집을 전세사기 당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실종된 부인을 찾기위해 수사에 착수했다는 뉴스 아나운서의 멘트가 흐르며 영화는 끝난다.
연출의도
작년과 올해는 근·미래에 도래할 강·인공지능의 특이점이 시작된 한해로 기록될 것 같다. 자연어 입력에 대해 인간과 유사한 응답을 생성하기 위한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 모음에서 훈련된 인공지능을 뜻하는 LLM(Large Language Models)은 종종 "블랙‧박스"라고 불리기도 하는 딥‧러닝이다. 챗GPT에게 유서 대신 자동차 블랙박스에 유언을 남기는 사람에 대한 아이디어와 키워드들을 입력하면서 종교가 없는 본인은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로 시작되는 요한복음서의 첫 문장이 얼마나 심오한 의미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면서 ‘동반자살’이라는 표현 대신 ‘살해 후 자살(murder-suicide)’로 용어를 바꿔야 한다는 운동을 접하게 되었고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는 것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