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낯선 사람의 이름이 적힌 우편물이 도착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내 집에 살던 누군가에게 온 편지였다. 그 사람도 나처럼 세입자였을테니, 어딘가에서 나처럼 잘못 배송된 우편물을 받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편물이 쌓이고 그 이름이 익숙해질 때쯤, 그 사람에게 편지를 써보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와 같은 공간을 공유한 사람, 내가 본 것을 보았던 사람, 내가 살고 있는 흔적의 주인이었던 그 사람에게.
연출의도
낯선 사람에게서 온 우편함의 편지를 보고 착안을 했다. 그는 내가 세들어 사는 집의 전 세입자였다. 그에게 온 우편물들은 잘못 도착한 것들이었다. 나는 내가 살던 집과 그가 살던 집, 내가 사는 집과 그가 사는 집 사이에서 기억과 경험, 감정과 신체의 흔적들이 공유되고 있음을 점차 깨닫는다. 이 영화는 한 통의 이미지로 구성된 편지이고, 수신자는 세입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모든 사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