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USB를 사용하다 문득, USB에 데이터를 넣었을 때와 뺐을 때 물리적인 무게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데이터 저장소, 저장 방식에 따라 무게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데이터에 무게가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가지 다른 생각으로 이어졌다.
자신이 물리적 실체를 의미하는 ‘무게’가 없다는 걸 알게 된 인공존재가 자신을 만든 인간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을 향한 인간의 모멸을 감지한다. 인공존재는 자신과 인간의 작동기전을 비교하며 결국 인간도 다른 존재에 의한 피조물임을 강하게 암시한다. 나를 창조했다고 하는 너(인간)도 결국 나와 다르지 않다고, 자신이 모멸당한 방법 그대로 인간을 도발하고 반격한다. 하지만 인간은 진실을 깨닫지 못한다.
자신을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 인류의 오만함은 너무나 자주 나를 불쾌하게 만든다. 인간의 오만이 결국 얼마나 근거 없고 보잘것없는 것인지 생각해 본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작
제9회 춘천SF영화제 - 한국독립SF부문 Global Futuristic Filmmaker상(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