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서울 천호동에는 유니버스 백화점이 있었다. 백화점 앞에는 우주선 모양의 놀이 기구가 있었고, 놀이 기구를 탑승하면 광활한 우주가 펼쳐졌다. 이때 본 우주의 모습은 유년기의 장소들과 결합되어 기이한 형태의 꿈으로 나타나곤 했다. 현재까지도 불현듯 찾아오는 이 기묘한 꿈의 근원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풀리지 않는 의문을 해결하고자 유니버스 백화점과 유년기의 장소들에 대한 기억을 파헤쳐 보기 시작했다.
연출의도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오래된 기억이 불쑥 찾아올 때가 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유니버스 백화점 또한 어느 날 불현듯 찾아왔다. 백화점에 대한 기억은 아득하기만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이 순간 같은 시공간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기도 하다. 아득함과 생생함. 서로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두 간극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이 뒤엉켜있다. 이 감정의 근원은 유년 시절의 장소들에 있고, 이제 그 장소들을 통해 아득함과 생생함의 거리를 좁혀보려 한다. 그 시도의 출발선상에 유니버스 백화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