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이 죽고 영혼은 천국으로 가기 전, 영혼들이 잠시 머무는 "영혼의 휴게소"
그곳에 모인 10살, 25살, 75살의 세 명의 여자.
내 이름은 권제니, 네 이름도 권제니, 우리 모두 권제니?!
모두 한 집에 살았고, 한 남자를 사랑했으며, 한 가지 꿈을 꾸었던
"제니"의 세 자아들이 모여 함께 인생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그 땐 참 민망했지, 그 땐 참 즐거웠지"
집을 잃은 것만 같던 각각의 시기를 열심히 살아낸 이들이 모여 나누는 '인생후기일담'이 펼쳐진다.
연출의도
[홈리스 권제니]는 지극히 평범한 한 여성의 일대기를 그린다. 죽음 이후 영혼의 휴게소에 머물게 된 각각 10세, 25세, 75세의 권제니. 그들은 살아온 인생에 대한 소감을 주고받고 추억을 회상하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한다. 또한 인생에서 ‘집을 잃은 것 같은’ 좌절을 느꼈던 시기에 대해 서로가 느꼈던 바를 공유한다.
뮤지컬이란 장르를 선택한 것은 이 독특한 설정을 구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과한 판타지가 될 수 있는 스토리에 뮤지컬이라는 연출을 더함으로써 시공간의 변화를 더욱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다. 또한 각본과 작곡을 모두 도맡아 작업하며 뮤지컬이라는 요소가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래로 들어가는 감정선과 오케스트레이션을 종합적으로 신경 쓸 수 있었다. 한국어의 높낮이를 작곡에 반영하여 연기하며 노래하는 배우에게도, 뮤지컬이 익숙치 않은 관객에게도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영화를 만들며, 특히 여성 스탭과 배우들로부터 '내 얘기인 것 같다'라는 반응을 많이 접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은 것을 생각하면 꽤 의아한 일지만, 결국 여자라면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많은 것에 쉽게 설레던 소녀 감성과 늘 어려운 엄마와 딸의 관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성장의 시기들, 의미를 찾은 상처와 아직 의미를 찾는 중인 시기 등에 대한 인생 이야기가 많은 가슴에 닿은 게 아닐까.
이 영화는 결국, 현재의 영광에 가리어 잠시 잊혀졌던 과거의 자아를 기억하고 존중하는 이야기다. 이미 살아본 10살과 25살, 그리고 아직 살아보지 않은 75살에 대한 이야기를 집필하며 어쩌면 본인의 과거에 대한 치유이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영화로 담은 걸지도 모르겠다. 권제니의 자아들이 서로를 조우하는 시간을 가졌듯, 이 이야기를 보게 될 모든 이들이 그에게는 사랑하는 가족과 소중한 친구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여러 자아가 힘을 주며 살아왔음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