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소리를 내면 안되던 시절, 1975년 5월 22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한복판에서 장례추도식이 열린다.
지나가던 학생들,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들까지 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추모시위 행렬에 동참한다. 이들은 곧 들이닥친 대규모 시위진압 경찰들에게 닥치는 대로 체포된다.
이른바 ‘오둘둘 사건’으로 불리는 이날,
유영표, 김근태, 장선우, 박원순 등 연행된 학생들 대부분 구속•제명되고,
서울대 총장 해임, 경찰 총수와 관할 경찰서장까지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긴급조치 9호가 공표된 지 단 열흘 만에 발생한 학생시위였다. 이는 철옹성 같은 유신체제에 흠집을 내고, 균열을 내는 일이었다.
장례추도식의 주인공이자 유신체제 심장을 향해 찔러 들어간 바늘침 역할을 한 사람은 서울대 농대 68학번 김상진. 그는 한달 전, 4월 11일, 서울대 농대캠퍼스에서 할복자결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전국으로 퍼져나가 또 다른 김상진을 만들고 세대를 이어나가기 시작하는데...
26세 꽃 같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며 일으킨 거대한 파도의 시작.
유신이란 소용돌이에 갇힌 20대 청년 김상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연출의도
세계사적으로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를 녹음육성으로 남긴 경우는 드물다. 열사가 목숨 바쳐 남긴 ‘양심선언문’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다. 김상진을 ‘기억창고’ 에 넣어두기 보다는 ‘널리 나누고 퍼트리기 좋은’ 콘텐츠로 영화를 고민했다
다시 민주주의 시대.
본 영화는 지금을 사는 사람들에게 한국민주주의 암흑기 1970년대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그 시대와 맞붙어 싸운 스물여섯 김상진의 온삶을 이야기한다.
상진의 죽음에 영향을 받아 또 다른 김상진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만들어낸 ‘지금까지’를 추적하고 마음에 새기는 특별한 영상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