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절이 회사인 직장인들이 있다.
법복을 입고, 스님께 업무 보고를 하고, 점심은 발우공양을 하는 직장생활이 얼핏 보면 독특하고 재미있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이런 정글도 없다. 부러워할 만한 회사도 아니고, 하는 업무는 하찮고, 월급은 궁상맞다.
상사의 말은 부처님 법문처럼 마음에 새기고 고객의 갑질엔 납작 엎드려 밥그릇을 지켜내는 흔한 직장인.
자존심 따위는 본래부터 공(空)한 거라고 말하는 그들을 보노라면 뒷목 잡다가도 어, 저거 내 얘기 아냐? 싶어 눈물이 난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이래도 괜찮은 거구나. 위로받고 안심이 될 것이다.
어쩌면 따뜻한 행복을 느끼게 될지도.
절과 회사, 회사와 절이라는 기묘한 풍경 속에서 하루에도 수없이 극락과 지옥을 오가는 법당 옆 출판사 직원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