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잘나갔던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인목’(곽진)은
허름한 집에서마저 강제 퇴거당해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
빛바랜 금메달은 목에 걸고,
영광의 순간이 담긴 사진 한 장 뒷주머니에 찔러넣고 속세를 떠나려 하지만
출가에도 자격이 필요하다는 뼈 때리는 현실에 KO패 당한다.
정처 없이 떠돌던 ‘인목’은 박스 줍는 ‘할배’(강대욱)와 초코파이 하나면 뭐든 하는 ‘기동’(장현준),
그리고 세상 까칠한 소녀 ‘서연’(강한나)과 함께 굴다리 밑 생활에 합류한다.
쪽팔림을 불사하고 생각보다 짭짤한 ‘노인들의 폐지 생태계’에 뛰어든 ‘인목’은
자신의 빈약한 허리를 대신할 ‘기동’을 초코파이로 꼬여내 돈을 벌기 시작하고,
그렇게 박스 침낭뿐이던 ‘인목’의 종이집이 서서히 실평수를 늘려가던 어느 날
폐짓값 상승에 눈먼 더 젊은 놈들까지 조직적으로 끼어들어 활개치기 시작하는데….
연출의도
경제의 허리라 불리는 40대. 일명 낀 세대. 무너지면 끝, 사다리 없는 세대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 문제는 누구도 주목해 주지 않는다. 한때는 엑스세대라 불리며 알 수 없는 세대였으나 그들 눈에 지금 젊은이들은 더더욱 알 수가 없다. 기존 것에 저항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으나 어느새 꼰대라 불려 간다. 사실 이리저리 끼어 있는 세대인 것은 모두에게 해당 될 것이다. 단지 우리는 그 중간에 서 있는 40대 중반 주인공의 눈을 빌려 바라본다. 그러나 빌려만 볼 뿐 이 영화조차 인목이 괴로워하거나 감정을 호소하면 우리는 멀어진다. 세대가 다를 뿐,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우리는 누구의 입장을 공감해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