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아침 일찍 일어나 물을 마시고 양말을 털며 일어설 준비를 한다. 노인의 등 뒤로 간밤에 그가 했던 잠꼬대 소리가 나지막하게 섞여 있다. 낮 동안 노인의 늙고 주름진 신체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고지서를 확인하고 외출을 한다. 밤이 되면 잠든 노인의 신체는 알아들을 수 없는 잠꼬대를 내뱉는다. 낮의 신체 활동의 이미지와 밤의 사운드가 한데 뒤섞여 천천히 흘러가는 노인의 시간에 그의 신체와 거주지를 둘러싼 환경이 개입한다. 그 마을에서 나고 자란 노인에게 너무도 익숙한 공간이지만, 지금은 혼자 힘으로 갈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마을의 풍경이 영상 말미에서 노인의 주거 공간으로 이어진다. 노인이 잠든 방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 낡은 물건들만 놓여 있어, 한때 그곳이 식구들로 북적였던 곳임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노인의 잠꼬대와 깊은 숨소리에 맞춰 집안 구석구석을 돌다 보면 현실과 꿈을 잇는 장면 앞에 멈춰 서게 된다.
연출의도
평생 한 마을에서만 살아온 노인의 낮 시간을 담았다. 노인은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식사를 하고 고지서를 확인하며 일상을 영위한다. 낡은 거주지와 다양한 자연환경의 교차 속에서 드러나는 노인의 신체 활동에 잠꼬대 소리가 겹쳐진다. 백세에 가까운 노인의 낮 동안의 신체 활동 이미지와 밤의 잠꼬대 소리가 중첩돼 노년의 활력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상에서 노인과 그의 주거 환경은 원중경의 시각적 거리감으로 제시된다. 노인의 신체성과 그의 주거 환경을 다양한 지점에서 지켜보는 과정에서 각자의 노년과 거주에 대한 견해, 그리고 삶의 조건 등에 대해 묻게 된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작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2020)
감독작품경력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1](2019)
[목하, 세계진문](2018)
[여름으로 가는 문](2018)
[좋은세상](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