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집에서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11살 민아. 잔디인형 키우기 과제를 하던 중 민아의 컴퓨터가 갑자기 고장나고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해 민아는 친구 지윤의 집을 오가며 컴퓨터를 빌려 쓰게 된다. 지윤의 밝고 넓은 집과 예쁜 방, 맛있는 과자와 시원한 에어컨 등이 좋은 민아는 컴퓨터가 고쳐진 이후에도 지윤의 집이 계속 가고 싶다.
연출의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라인 개학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형편이 좋지 않아 컴퓨터가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수업을 듣게 될 지 의문이 들었다. 이 상황으로 인해 원치 않게 자신의 형편이 밝혀지는 아이들이 있을 것 같았다. 더 좋은 환경을 바라보게 되는 상황에서 아이는 어떻게 행동할 지 상상해보게 됐다. 어른보다 욕망에 솔직한 아이는 옳지 않은 일이어도 순간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참지 못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을 위해 자신에게 가치있는 것을 팔아넘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내내 민아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들을 누리기 위해 나름대로의 등가교환을 이어간다. 하지만 민아가 선택한 이 교환의 형식은 망가진 잔디인형과 과자봉지를 모두 든 채 언덕을 오르는 민아의 모습을 통해 오히려 더 안타깝게 보여진다. 민아가 감추고자 한 것들은 영화 속 인물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관객만이 민아의 상황과 감정을 온전히 바라보고 공감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의 잔디인형의 새로운 얼굴은 민아의 마음속에 아직 남아있는 잔디인형에 대한 애정과 상처를 보여줌과 동시에 세상의 민아와 같은 아이들이 변함없는 잔디인형의 표정처럼 계속 꿋꿋이 살아가기를 바라는 연출자의 마음을 담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