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사는 고3 여학생 지경과 시현.어느날 시현은 지경에게 인서울을 포기한다고 선언한다. 제주가 미운 지경은 그 사실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시현이 이해되지 않고 둘 사이의 감정의 골은 깊어진다. 이후 지경은 시현이 인서울을 포기한 이유를 알고 시현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연출의도
혼란스러운 사춘기에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이 불만족스럽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이 처한 환경, 즉 고향일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인서울’의 신화가 있고, 학창시절 우리에게 정당하게 고향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바로 그 ‘인서울’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누구나 쟁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3학년… 해가 지날수록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된다. 그것은 타고나지 못한 머리일 수도, 유복하지 못한 가정일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나고 자란 고향을 미워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고향을 미워할 수 있을까?
우리를 갇힌 채로 남겨두는 고향이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가족을 만났고 친구를 사귀었다.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진부한 말처럼 그곳은 우리의 ‘삶의 터전’이다. 우리의 삶 그 자체가 녹아있는 장소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갈등한다. 미워하고 싶지만 미워할 수 없는 고향에 대해서.
제주도는 한국의 지역 중에서도 매우 상징적이다. 그곳은 평화의 섬, 아름다운 관광지이자 4.3을 겪은 비극의 섬이기도 하다. 소설 <순이삼촌>의 저자 현기영은 제주를 ‘수옥’, 물로 갇힌 감옥이라고 비유하기도 하였다. 현대에서 제주는, 타지인들의 휴양이나 특별한 경험을 위한 비일상적 공간으로 그려지곤 한다. 그곳에서 제주는 아름답고 또 평화롭다. 하지만 ‘삶의 터전’으로서 그들에게 다가오는 제주는 어떤 공간인가?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지방인 고향에 갖는 우리의 긍정-부정적 고민들을 주제로, 그들의 삶, 나아가 우리 모두의 삶을 그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