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맛비가 내리는 한국아트고등학교의 허름한 실습실. 실기 연습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5명의 아이들이 하나의 석고상과 여러 개의 정물을 각자의 시점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그려내고 있다. 그때 적막을 찢고 울리는 사이렌 소리. 계속 울리는 사이렌 소리를 찾는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저마다의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각자 서로의 진실과 비밀에 마주한다.
연출의도
단편영화 '사이렌'은 이현빈, 권민성 공동연출로 완성된 작품이다. 본 작품은 학교 3부작 시리즈 중 1부작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2014년 국내의 한 고등학교에서 논란이 되었던 동성애 설문지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제작된 단편영화이다. 본 작품을 통해 작은 사회라고 불리는 학교의 정형화 되고 규정된 틀을 면밀하게 바라보고자 하였다. '정형화 되고 규정된 틀'은 '개인'과 '자유'마저도 특정된 무언가의 시선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형화 되고 규정된 틀'은 '개인'과 '다름' 보다는 '획일화'되고 '규칙적인 것'을 제시한다. 결과적으로 '다름'은 차별을 야기한다. '다름'은 때로는 색안경을 끼고 보게 한다. '다름'은 갈등을 빚는다. '다름'은 이별을 고하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가 다르다. ‘나’는 그리고 '너'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원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상이 만들어 놓은 구조와 구별의 틀에 놓이게 되고 그 다름의 색깔은 불투명하게 규정된다. 다름의 시선은 서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선을 긋게 만든다. 우리는 다름의 시선에 대한 방향을 어디로 초점을 맞춰야 할까. 우리가 가져야 할 방향은 하나의 원본으로서 사회 속에 구별되어 있는 ‘다름’이 아닌 인간 본연의 ‘다름’에 대한 시선을 가지고 서로를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단편영화 <사이렌>은 '정형화 되고 규정된 틀'속에서 생기는 비극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관객들에게 물음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