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바에서 서빙 알바 중인 재이. 무대에는 다른 여가수가 노래하고 있다. 안주 나르다 말고, 트레이 든 채 넋 나간 듯 바라보던 재이. 손님이 부르는 소리에 이내 정신 차리고 다시 부랴부랴 서빙한다.
정팀장과 통화하며 재이가 일하는 재즈바로 들어오는 인호. 사람 없는 구석진 공간에 자리 잡고 앉는다. 뒤이어 가게에 늦게 나타난 사장에게 화려한 의상을 꺼내 보이며 무대에 설 수 있게 기회를 달라고 사정하는 재이. 그런 재이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린 인호는 자기도 모르게 재이를 향해 비웃음치고 만다. 이미 사장의 반응에 상심한 재이는 인호에게 참았던 감정을 쏟아내는데.
사람들이 떠나고 텅 빈 재즈바 안.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인호는 재즈바를 나가려다 무대 위에서 천천히 숨을 고르는 재이를 발견한다. 재이의 노래가 시작되자 자세를 고쳐 잡는 인호. 어느새 무대에는 과거의 자신의 모습인지 그토록 바라던 모습인지 알 수 없는 또 다른 인호가 춤을 추고 있다. 자신의 목소리를 재이의 노랫가락에 얹는 인호. 그렇게 둘은 판타지 같은 무대를 펼친다.
연출의도
이 작품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의 관한 이야기이다. 인생의 굉장히 많은 시간을 이 부분을 고민하며 살아왔다. 원래는 꿈을 이루지 못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조금은 다른 별개의 문제더라. 나와 내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두 주인공처럼 시간이 많이 필요한 문제인 것 같다. 세상에 나를 사랑해 보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아마 일련의 좌절을 겪은 뒤 조금은 체념한 채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굉장히 어려운 일임을 인정하는 것.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조금씩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려 시도해 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