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인 아들은 어느 술집에서 친구와 술을 마신다. 동성애자인 그의 친구는 주인공 아들에게 구애를 한다. 그의 손이 맞닿는 순간, 그 또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느끼게 되지만 애써 부정하려 든다. 술에 취한 채 집으로 돌아온 그는 씻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 날, 아들은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꿈을 위해 가족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는 아버지의 집으로 향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어느 아파트에서 아버지와 마주한 아들은 아버지에게 증오를 털어놓는다. 아들이 자리를 떠나려다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이제 그는 자신의 아버지와 자신의 삶을 합치하기 시작한다.
연출의도
<나선>은 생의 순환이라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스스로가 무언가를 해왔다고 믿지만 늘 언제나 그렇지만은 않다. 작품은 반복의 요소로 줄곧 진실과 부정을 대비하는데, 그것은 얼굴과 손, 동성애와 꿈, 더러움과 그러함을 숨김 등이다. 우리는 더러움을 기피하며 그것은 마치 나 외부의 것으로 여기며 나를 그것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한다. 하지만 더러움은 동시에 나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다. 전 세계의 70억 인구는 매일같이 70번의 변을 배설한다. 또한 씻는 공간인 화장실은 그러한 나의 더러움을 드러내는 곳이며 이를 매일같이 행한다. 즉 더러움이란 나의 속성과도 같으며 그것은 바퀴와도 같은 생물도 지니고 있는, 우리 생명 전반에 깔려 있는 보편적인 속성이다. 그리고 그러한 더러움을 인정하는 것은 곧 보편의 성질을 받아들이는 솔직한 태도이다. 면도기의 털, 햇살 아래의 겨드랑이, 보는 이로 하여금 거부감을 들게 하는 그러한 것들은 분명 우리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동성애도 마찬가지로 그러하다. 어느 날 생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청동오리에게서 동성애가 발견되었다는 기사였다. 조사해보니 침팬지와 같은 다른 포유류에서도 동서애가 관찰된다고 한다. 동성애 또한 우리 동물의 특성이며 그것은 숨겨져야만 할 필요가 없는 솔직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사회 전반에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 마치 더러움에 대한 태도와 같은, 술집의 아들이 손을 내빼는 그러한 생각들이 은연 중에 발견된다. 주인공이 깨닫고 납작 엎드리는 모습은, 마치 신호등에서 태양이란 진리 앞에 복종하듯, 단지 바퀴와도 같아지는 부정적 이미지가 아니라, 오히려 완전히 모든 생물에게 적용되는 성질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긍정적 형태의 이미지다. 카메라는 종종 인물들의 얼굴이나 눈을 보여주지 않는데, 그 때마다 발화자들은 모두 진실되지 않은 것(변명, 예의 상의 겉치레 등) 을 말한다. 우리는 사람들을 얼굴로, 혹은 말로 속일 수 있지만 몸의 행위는 숨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카메라를 통해 거짓을 듣게 되면 그 진실된 얼굴을 볼 수 없지만, 다만 솔직한 손짓을 통해 그 진심을 파악하게 된다.
제목이 ‘나선’ 인 것처럼 모든 것은 순환된다. 아버지란 존재는 ‘아버지’ 이기 이전에 ‘아들’이었다. 아들의 여행기처럼 보이는 이 이야기는 사실 아버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술집 시퀀스 이후로 주인공은 계단을 오른다. 그리고 다음 날 계단을 다시 내려오게 되는데, 발의 방향이 완전히 거꾸로 되어 있다. 사실 ‘오름’ 이란 솔직함, 깨달음과도 같아서 앞으로 주인공이 향할 방향은 ‘하강’이 되어서는 안됐다. 그래서 아예 발의 방향을 바꿔 상승을 유지하되 시간을 역행시켰다. 즉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부터는 ‘아들의 이야기’ 이면서 ‘아버지가 아들일 적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아버지로서는 아들의 원망에 그저 웃을 수 밖에 없다. 아들이 술을 마시고 춤을 췄던 것처럼 아버지의 꿈은 춤꾼이었고, 아들이 여자친구와 헤어졌듯 아버지는 가족들을 버렸다. 그리고 이 둘이 모두 떠난 까닭은 사실 꿈 때문이 아니라 사랑한 남자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사랑이 오래 가지 못한 까닭인지 아버지는 다시 어머니에게 연락하는 지경에 이르러 고독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의 여정을 동일하게 반복하고 있는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웃음에서는, 마치 자신이 꿈을 위해 가족을 포기했다는 아들의 착각이 우습기도 하며, 또 동시에 자신과도 같은 고통스러운 삶을 맞이할 거란 아들의 미래에 대한 통감이 느껴진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작
Korea International Short Film Festival -BEST STUDENT 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