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창고에서 "수해필림"이라고 적힌 의문에 필름 뭉치가 발견된다. 당시 현장을 기록하던 사진 집단들을 찾아가 이 필름의 흔적을 따라가며 복원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 세계를 복구하고 손상된 사진을 복원할수록 삭제되는 세계들이 발견된다. 민주화운동의 주역들이 대통령이 된 후 그들이 만드는 지옥을 막기 위해 싸웠던 수많은 노동자들의 세계. 그 엇갈림 가운데 지금, 여기의 풍경이 서서히 드러난다.
연출의도
수해를 입은 민주화운동 당시의 필름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종료될 수 없는 '민주화'의 종료를 선언하고 과거화,역사화 하려는 욕망을 발견한다. 그것은 결국 영웅화,신화화의 결과를 낳았다. 민주화 운동의 영웅이었던 이들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IMF, 정리해고, 비정규직으로 이어지는 신주유주의의 비극은 더욱 가속했다. 물론 그때도 그 지옥을 막기위해 싸웠던 사람들이 있었다. 싸우지 않을 도리가 없던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기록했던 사람들. 필름을 복원할 수록, 그 시대의 영웅들을 복원할 수록, 그 영웅들이 만든 세계와 싸웠던 사람들은 사라져갔다. 어떤 세계를 복원할 수록 삭제되는 어떤 세계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