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이주해 온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모여 꾸려진 다문화 다국적 노래단 ‘몽땅’의 단원들은 12월 첫 프로모션 공연을 앞두고 한창 바쁘다. 미얀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 등 다양한 출신과 배경을 지닌 단원들은 매일 모여 발성 연습을 하고, 새로운 곡을 만든다. 아직은 한국어도 서툴고, 서로의 문화가 낯설지만 다른 문화 속에서 하나의 노래를 만드는 이 과정이 그들은 행복하기만 하다.
연출의도
‘이주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정작 이주민을 보는 시선은 온정적이거나 위계적인 경우가 많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어떤 피부색을 가졌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지에 따라 보는 시선은 높이를 달리한다. 이주민이라는 시선을 걷어내고 사람으로서 바라볼 수는 없는 것일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는 여전히 보는 이의 시선이 담겨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중적 차별보다는 서로의 다른 점을 솔직히 볼 수 있다면, 낫지 않을까!
몽땅은 사회적 기업이다. 자본 혹은 경제적 이윤획득을 최종 가치로 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기업이다.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는 능력, 다양성을 존중하는 힘, 나와 다른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해석할 수 있는 역량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회서비스와 사회적 가치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몽땅의 지향점이다. 2차 오디션부터 프로모션 공연까지 약 3개월 남짓 몽땅의 연습과 공연 준비과정을 기록하였다. 이주민들이 선주민(한국인)에게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창업을 하고 운영을 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주민은 고용되는 거야 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직접 운영을 한다는 측면이 신선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온전한 형태의 독립이라기 보다는 과도기적 성격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운영과 재정에서 참여하고 있는 이주민의 역할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점점 이주민이 중심이 되는 노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몽땅을 촬영하면서, 특별한 개인적 스토리를 가급적 적게 담으려고 했다. 사생활에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 지나친 개입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노래하는 이주민들의 모습 속에서 누구나 공감하는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볼 수 있었으면 했다. 지나친 온정주의와 과도한 해석은 당사자의 모습을 왜곡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면,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그것도 노래를 꽤나 잘 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노래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박자도 틀리고, 음정도 불안하고, 모여있는 사람들의 숫자도 에너지도 적어 보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몽땅은 분명 다른 콘텐츠이다. 자신이 겪어온 삶이 노래에 담겨있고, 그들이 성장해온 긴 역사 속에 담긴 문화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민으로서 한국생활의 낯설음과 놀라움을 직접 그들의 언어로 노래한다. 이것이 가장 큰 힘이다.
몽땅의 집단적 성격을 부각하기 보다는 세 인물의 일상에 초점을 두었다. 모뚜가 지니고 있는 노동자로서의 이주의 역사, 누리가 갖고 있는 노래에 대한 열정, 레이가 보여주는 낯설음, 이 세 가지가 강하지 않지만, 담담히 현재 몽땅 혹은 지금 한국의 이주문화의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기대하는 이주민의 굴곡의 스토리보다, 평범한 사람으로서 이주민이 다가가는 순간, 그것이 바로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주민’이었음을 다시 발견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작
제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2012)
제4회 다문화영화제(2012)
제2회 디아스포라영화제(2014)
감독작품경력
[느티나무 아래](2022)
[벼꽃](2017)
[나는 노래하고 싶어](2012)
[새로운 학교 - 학생인권 이등변삼각형의 빗변 길이는?] (2011)
[호주제 폐지, 평등가족으로 가는 길](2011)
[낙선](2000)
[세 발 까마귀](1997)
[약속 하나 있어야겠습니다](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