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꾼, 가장 기억나는 꿈은 무엇입니까?"
필리핀,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고향을 떠나 한국에 온 총 9개국, 14명의 이방인들 곁에 카메라가 잠시 머물러, 그들의 일터와 일상을 둘러싼 공간의 풍경을 담는다. 인천국제공항에서부터 서울 답십리의 부품상가, 이태원의 이슬람사원, 대림동의 조선족타운, 마장동 축산물시장, 안산의 목재공장, 염색공장 등까지. 그리고 그들에게 던져진 단 하나의 질문. 그들이 담담하게 들려주는 꿈 이야기들은 실제 그들이 속한 삶의 풍경 속에서 자연스레 뒤섞이고, 천천히 겹쳐지며 묘한 감응을 일으킨다.
연출의도
서울의 특정 지역과 거리에서 이방인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들의 옷차림, 자세, 표정에서 그들이 힘든 하루를 견뎌내는 육체노동자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들은 말없이 오고, 또 말없이 간다. 이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신의 무심결 한 눈길, 혹은 당신의 주의 깊은 관심 아래 그들은 하나의 풍경이 된다. 이 풍경들이 천천히 깊은 각인으로 새겨질 때, 나의 카메라는 바쁜 걸음을 옮기는 이 이방인들에 더욱더 다가갈 수밖에 없다. 나 또한 이방인이므로. 누구인들 이방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