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 납읍에 살고 계신 강상희 할머니. 할머니의 남편 김봉수는 제주 4.3으로 희생되었다. 그리고 해군기지 문제로 떠들썩한 서귀포시 강정마을. ‘4•3의 원혼이 통곡 한다’와 같은 수많은 현수막이 제주4•3과 해군기지 문제가 다르지 않음을 말한다. 카메라는 유령처럼 제주도 납읍리, 가시리, 강정마을, 일본 오사카 등을 돌며 그 흔적과 균열들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는 집 앞 마당으로 돌아온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잠자리 밑에 녹슨 톱(제주도는 악몽을 꿀 경우 잠자리 밑에 톱과 같은 날카로운 쇠붙이를 두는 풍습이 있다)을 두고 살아온 할머니의 삶. 그 녹슨 톱이 언제쯤 치워질 수 있을까.
연출의도
이 영화는 ‘제주 4.3사건’으로 희생된 제주도와 제주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묻힌 역사와 기억들과 나무, 돌, 바람, 숲과 함께했다. 역사는 현재의 권력과 망각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러한 의미에서 4.3은 유령이며 동시에 현재 진행형인 실체이다. 타인에 대한 ‘연민’과 죽은 자에 대한 ‘애도’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본성이고 기본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우리들의 그러한 간절한 마음, 숨겨진 마음(비념)을 불러내는 요령(방울)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