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을 때 두려울 것이 없었던 친구들...
희망 없는 도시에서 그들이 꿈꿨던 ‘하나안’을 찾아서!
스타쓰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살고 있는 한국계 청년으로, 과거 스탈린 시절 연해주로부터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한 고려인 4세다. 주차장 관리인으로 일하며 경찰시험을 준비하는 건실한 청년이지만, 눈 색깔도 꿈도 제각각인 친구들 카소이, 사이드, 신과 어울리며, 마약 같은 나쁜 일탈도 마다하지 않는 의리파다. 그러던 어느 날 카소이의 동생이 강도를 당하고, 친구들과 함께 복수를 감행하지만 카소이가 죽임을 당한다. 6년 후, 친구 사이드는 중증 마약중독자로 결국 달콤한 죽음을 택하고, 스타쓰는 경찰이 되었지만 부패 경찰들에게 환멸을 느끼다 마약에 중독되어 모든 걸 잃는다. 하지만 필사의 노력으로 마약을 끊고 새 삶을 꾸린 스타쓰. 이제 그의 앞에 한국으로 유학 갔던 모범생 친구 ‘신’이 나타나 한국이야말로 ‘하나안’(약속의 땅)이라며 달콤한 제안을 하는데...
연출의도
2009년 초, 처음 <하나안>을 기획했을 때 이 영화는 젊은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4세와 강제이주를 당한 고려인 1세 할아버지가 함께 연해주로 여행을 떠나는 로드무비였다. 당시 나는 1937년 고려인들의 강제이주, 우즈베키스탄의 풍광과 색채,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3, 4세대 고려인들의 삶이라는 세 가지를 다 담아내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었다. 어릴 때 강제이주를 당한 고려인 1세 드미트리와 고려인 4세로서 강제이주의 역사에 관심이 없는 반항적인 젊은이 스타쓰의 만남과 70여년 전 강제이주의 경로를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회귀와도 같은 여행을 그리고자 했고, 처음 <하나안>의 이야기가 탄생했다.
제작과정에 있어, 결국 타슈켄트를 배경으로 우즈베키스탄 젊은이들의 리얼한 삶의 모습을 담은 시나리오로 전면적으로 수정했고, 그 결과 <하나안>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였기에 더 탄탄하고, 더 큰 진정성을 갖게 되었다. 이 영화에 가장 큰 영감을 주었던 친구 스타쓰에게 주인공을 맡겼다. 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었고, 우리는 기적처럼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