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는대로 돈벌이에 몰두 중인 탈북 소년 준(이바울). 주유소의 체불 임금을 받으려다 매니저와 크게 몸싸움을 벌이고, 수시로 그 매니저에게 희롱당하던 조선족 소녀 순희(김새벽)와 함께 주유소를 도망친다. 고궁과 남산을 거닐며 둘이 데이트를 즐기는 것도 잠시, 순희 집에 주유소 패거리들이 들이닥친다.
모텔을 전전하며 몸을 파는 게이 소년 현(염현준). 유능한 펀드매니저 성훈(임형국)을 만나 그가 마련해준 고급 오피스텔에서 안정된 날들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현은 왠지 모를 허기와 외로움으로 습관처럼 다른 사람을 만나러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성훈의 아내가 현을 찾아온다.
어떻게든 살고자 몸부림치던 두 소년, 결코 잊지 못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데...
연출의도
거리를 배회하는 탈북 1.5세대인 ‘준’과 모텔을 전전하며 몸을 파는 ‘현’이 병렬 교차되는 이 영화는 사실적으로 읽히는 한편, 현과 준을 묶고 있는 구조적 형식은 시네마적인 관계로 얽혀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현은 모텔, 성훈의 집, 노래방 등의 실내공간을 떠돈다. 현이 속한 공간의 프레임은 굳게 잠겨있는 감옥과 같은 곳으로 카메라의 프레임 자체가 벗어날 수 없는 그의 운명으로 그려진다. 반면 준에게 카메라는 공간보다 현장 다큐멘터리의 성격으로 생동적으로 움직이는 준의 신체만을 집중하여 따라간다. 현과 달리 준의 공간은 리얼리즘 영화에서처럼 프레임 밖의 도시로 향해 열려 있지만, 도시의 소음과 같은 사운드가 비가시적으로 그를 억압하고 있는 구조가 된다. 두 인물로 나뉜 현과 준의 상반된 존재는 밤과 낮, 마음과 몸, 문의 안과 밖 등으로 은유된다고 할 수 있다.
영화를 통해 질문하는 바는 본질적으로 다음과 같다. ‘그들은 어떻게 그를 둘러싼 폐쇄적인 시공간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무한한 삶 속의 죽음이며 이를 통과하여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는 신비로운 순간으로 전이된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안과 밖에서 껍질을 쪼아대야 하는 ‘줄탁동시’의 의미와 같이 자신의 존재를 죽이는 고통을 느끼게 될 때 탄생의 희망 또한 품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