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의 꿈을 위해 안정된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영화판에 뛰어든 지완. 수년 동안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쳤지만 입봉의 길은 멀기만 하다. 지완의 중학생 아들 시영은 어느새 다 컸다고 사춘기 특권을 연설하며 공부보다 기타연습에 매진하고, 남편은 언제까지 시나리오만 쓸 거냐며 닦달한다. 엄마와 마누라 해먹기도, 영화감독 꿈꾸기도 마냥 벅차던 어느 날. 자포자기 심정으로 운동장을 달리던 지완은 우연히 물웅덩이 속의 무지개를 보고 새 작품을 준비할 희망을 얻는다. 운명처럼 다가온 판타지 음악영화 <레인보우>. 지완은 과연 자신의 첫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연출의도
열심히 살면 언젠가 무지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꿈’이라는 게 보증 없는 수표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난 너무 나이가 들었고, 이정표가 있다고 생각하고 달려왔던 길목에서 미아가 된 채 서 있었다. 막막했던 그 해, 영화가 엎어진 후 오랫동안 패배감과 무기력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나의 시나리오는 재활용 쓰레기가 되었다. A4 용지들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영화는 엎어졌지만 누군가 영화 속에서 내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영화를 찍기로 했다. <레인보우>는 내게 밑창 뚫린 신발 같은 영화다. 발이 젖게 될 것을 알면서도 그냥 걸어가 보자는 생각으로 찍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