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산기슭 초가집, 두 팔이 없는 철수는 산나물 채취와 술 마시기를 되풀이하며 달력을 뜯는 일로 단조롭고 고요한 나날을 보낸다. 세상과 동떨어진 혼자의 세계를 지켜가던 철수의 삶에 어느 날 갑자기 벙어리 여인 향숙이 나타난다.
도시에 내려가 파출부로 일하던 향숙은 집주인 남자의 겁탈에 반항하여 칼로 주인집 남자를 찌른 후 경찰을 피해 산속으로 숨어들었다가 정신을 잃는다. 철수는 자기 뒤를 따라 집으로 찾아 든 향숙에게 약을 사다 주며 보살핀다.
두 사람은 점차 교감을 느끼며 생기로운 나날을 보내지만 철수는 향숙의 모습에서 보이는 어머니 그림자 때문에 숨 막히는 몸서리를 친다.
어린 시절 여동생과 아버지와 생이별하게 하고, 자신의 두 팔을 앗아간 장본인이 어머니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철수는 듣지 못하는 어머니가 기차가 오는 철길에서 석탄을 줍는 걸 보면서도 그냥 내버려두었다. 그렇게 어머니를 죽게 한 죄책감과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이 엇갈리며 철수는 몸부림친다.
연출의도
모든 인생사는 원초적 본능이라는 ' 궤도' 위를 달린다. 의식주도. 모성애도. 이성지간의 애정도 그렇다.
장애인은 포장되고 변형된 인간 본능과는 달리 단절된 순수의 원초적 세계를 가지고 있다. 장애인은 인간의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향수할 수 없는 정상인들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 사람들이다. 이들이야 말로 인간의 원초적 본능의 최적의 체현자 들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장애는 인간 원초적 본능을 표현하는데 더 효과적이고 본질에 접근한다.
이 작품은 무 팔 장애인 철수가 벙어리 향숙이를 만나 정을 나누다가 자멸하는 이야기를 통해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한 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되새겨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