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이다. 부와 명예를 쫓는 것이 아닌 '예술로서의 영화', 화려하지 않지만, 정교하고, 치밀한 고뇌를 통해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 관념과의 치열한 싸움의 고통 속에서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질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자신의 영화를 새롭게 선보이는 자리에서도, 관객과의 만남에서도 수없이 요구되는 자신의 출신에 대한 질문에 남자는 괴로워한다. 남자는 심연의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다. 허허벌판의 이름 모를 산과 바다, 동굴 등을 떠돌며 고뇌하는 남자에게 어느 날 천사처럼 한 여자가 나타난다.
연출의도
대학졸업자를 비롯한 수많은 젊은이들은 취업난과 생계에 허덕이고, 어린 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공부를 하며, ‘등급’과 미래의 학벌에 대한 ‘부모의 욕심’에 치어 살고 있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가늠할 새 없이 제3자에게 등 떠밀려 쥐 굴레처럼 뛰고, 쫓는다. 항상 ‘오롯이 나’란 존재는 빠져 있다. 혹은 중요하지 않다. ‘대상으로서의 나’, ‘너를 위한 나’만이 존재한다. <설계자>는 주인공 자신에게, 혹은 관객에게, 그 자체로는 대상의 경계가 모호할 수 있으나,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며, 나의 정체성에 대해 우직하지만, 섬세하게 질문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