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애가 민구에게 자꾸 화를 내는 건 생리가 일주일이나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애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민구는 임신했을 리 없다고만 말한다. 인애가 “남자가 사정하기 전에 거기에서 나오는 물에도 정자가 있대.”라고 하자 민구는 위키피디아에서 그 ‘물’에 대해 찾아본다. “그 물을 쿠퍼액이라고 해. 미스터 쿠퍼라는 사람이 연구했대.” 그러나 위키피디아의 해박한 지식도 인애의 불안과 공포를 없애주지는 못한다. 그리고 인애는 서서히 그 불안의 정체와 맞닥뜨리게 된다.
연출의도
희망 없는 삶을 살아가며 임신에 전전긍긍하는 어느 젊은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서, 그녀를 사로잡고 있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질문을 하고자 한다. 알바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인애에게 착하고 아는 것 많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무능한 남자친구 민구는 세련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그녀의 삶을 지배하는 이 의뭉스러운 사회와 다를 바 없는 존재다. 맑고 투명하지만 정체는 모호하기만 한 쿠퍼액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