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밤샘낚시를 하고 이른 아침 서울에 도착한 영기는 오래전 옛 애인과 함께 샀던 차, 아벨라와 번호까지 똑같은 차를 발견하고 무작정 그 뒤를 좇아 다시 서울을 벗어난다. 영기는 고속도로를 하염없이 달리며 그녀와의 지난 기억들을 차근차근 떠올린다. 아벨라 속에 탄 사람이 그녀가 맞는지 알아내려 하지만 좀처럼 아벨라 운전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녀와의 좋은 기억들과 좋지 않은 기억들이 뒤엉키며, 영기는 마치 한낮의 악령에 사로잡힌 것처럼 혼란 속에 빠진다.
연출의도
한번 맺은 인연은 모든 게 끝난 뒤에도 부메랑이 되어 언젠가 내 삶 속으로 다시 되돌아온다. 그 부메랑은 각각의 인연에 따라 속도도 제각각이고 날카롭기도 제각각이다. 나는 극도로 치명적인 부메랑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영기는 어느 날 누군가의 비참한 자살을 목격하는데, 만약 영기가 선영이란 여자를 알지 못했다면 그런 차를 따라갈 일도 그런 죽음을 목격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정말 선영이라면 이 부메랑은 영기에게 회복될 수 없는 흉터를 남길 것이다. 이미 영기에게 돌아온 부메랑은 꽤 날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