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공장,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오래된 철문이 열린다. 빼꼼히 고개를 들이밀어 안을 살피던 초쾌한 눈동자에 지저분한 수염의 남자가 깜짝 놀란다. 70년대풍의 새빨간 치마와 흰색 블라우스를 걸친 젊은 여자가 의자에 홀로 앉아있다. 고개 숙인 여자의 머리 위엔 목매달기 딱 좋은 동아줄이 걸려있다. 누가 봐도 뻔한 설정이지 않은가? 허나 정확히 13분 12초 후 영화 끝나기 63초 전에 남자는 여자에게 “사랑합니다!” 하고 큰소리로 외치게 된다. 그것도 자살하기 위해 장소를 물색하던 남자가 생전 처음 본 여자에게 말이다. 믿기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꼭 보시라 13분 12초 만에 당신은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연출의도
살아 생전의 소망을 버리지 못한 자가 귀신이 아닐까요? 하지만 죽은자에게 생전의 소망은 절대 이루어질수 없는 희망입니다. 그 절대 이루어 질수 없는 소망을 산자가 죽은자에게 베풀어 준다면, 그것은 아마 죽은 자를 위한 산자의 연민 일 것입니다. 연민의 대상엔 한계가 없습니다. 불가능하다고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