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윤이는 외딴 바닷가 마을에서 아빠와 언니와 함께 산다. 내일이면 윤이 아빠는 돈을 벌러 멀리 떠난다. 윤이는 그게 싫지만 어린 윤이에겐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 아빠가 떠나기 전날 윤이는 유치원에서 1년 동안 예금한 통장을 받아 들고 집에 오다가 통장을 바닷바람에 날려버린다. 집안은 한바탕 난리가 나고 윤이는 왜 통장을 버렸냐는 아빠의 호통에도 침묵한다. 다음날 윤이는 아빠와 작별인사도 하지 않은 채 등교한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고, 이 비 때문에 윤이는 아빠와 다시 한 번 만난다.
연출의도
어린 날에 일어나는 일들은 그 의미를 잘 알 수 없다. 선명하지 않은 꿈속에서 겪는 일처럼 윤이가 겪는 일들이 윤이에겐 온통 불길한 징후 같다. 비 자체에 아무 의미가 담기지 않은 것처럼 윤이에게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땅에 내린 비를 보며 우리가 무언가 생각했을 때 ‘어떤 일’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