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용화장실에서 누구나 겪어 봤음직한 사건들이 있다. 이미 안에 있는 남자의 뒷모습에 놀라 되돌아 나오는 여자, 그것에 오히려 당당해져 여유를 느끼는 남자, 나중에 들어온 사람의 거리낌없는 행동에 오히려 숨죽여 없는 채 하는 여자, 떼거지로 몰려온 여자들에 위축돼 허겁지겁 나가는 남자, 그리고 여자들이 가득한 화장실 문을 잘못(?) 연 남자.
그러한 상황에서 그들은 무엇을 느낄까를 생각해 본다.
연출의도
무심코 남녀 공용화장실 문을 열었다가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의 반복 속에서 어느새 조심스럽고 소극적이 되어진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남성'에 대한 나의 공포감은 이렇게 추가된다.
문짝 몇 개가 왜 사람에게 이렇게 억압감을 주는지... 참으로 이상한 구조다. '여성성'이라는 규정과 제한들도 이렇듯 사소하지만 집요하게 쌓여간다. 그러나,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다. 이러한 구조의 불합리성은 모두에게 인식되며, 자신의 삶을 고민하는 친구들에 의해 나아지고 있으니까... 치열한 고민 속에 만들어진 나의 세계에서 불합리성들을 두려움 없이 반갑게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