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은 부화장에 병아리 감별사 인턴으로 취직을 한다. 그녀의 일은 부화한 병아리의 암수를 구분하는 것이다.
전임자였던 기철은 미연에게 인수인계를 해주며 떠난다. 결과적으로 취직을 하면서 먼저 있던 기철을 밀어낸 셈이 되었다. 그는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인턴을 마쳤다. 미연은 정규직이 되기는 어렵다는 기철의 조언에도 자신은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일을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은 희미해지고, 자신의 일자리에 대해서 점점 불안감을 느낀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드려야 한다. “
미연이 일한 지 3개월 즈음 된 어느 날. 부장은 미연에게 당일 수평아리 처리하는 일손이 부족하므로 잔업이 가능한지 묻는다. 미연은 약속이 있었음에도 정규직 심사가 코앞이라 가능하다고 말하고 잔업을 한다.
그때까지 미연은 수평아리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한 적이 없었다. 처음으로 수평아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게된 미연은 충격을 받는다.
자신이 수평아리들을 올리는 컨베이어 벨트는 그라인더로 향하는 컨베이어 벨트였던 것이다.
그날 미연은 병아리들이 갈려서 나온 싯벌 건 병아리들의 잔해를 처리한다.
지쳐서 집으로 돌아가려던 미연은 탈의실 앞에서 병아리 소리를 듣는다.
소리를 따라가니 수평아리가 구석에서 울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라인더에서 나온 병아리의 잔해가 생각나서 자신도 모르게 병아리를 핸드백으로 넣고 집으로 데려온다.
“알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깨어지는 것이 운명일 지도 모른다.”
3개월 인턴을 모두 마친 날. 미연을 최종 면접을 받는다.
일을 잘 했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 그리고 조류독감으로 부화장이 힘들다는 이유로 그녀는 정규직 채용이 되지 못한다.
힘없이 돌아와 짐을 싸던 미연은 자신이 데려온 수평아리를 보며,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수평아리의 처지가 왠지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출근 마지막 날. 미연은 늦잠을 자서 헐레벌떡 뛰어 나간다. 마지막으로 새로 온 인턴에게 인수인계를 해준다.
자신에게 인수인계를 해준 기철처럼 미연도 새 인턴에게 정규직이 되기 어렵다는 조언을 한다.
미연이 마지막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자신이 급하게 출근하면서 병아리의 집 뚜껑을 덮어놓고 간 것을 발견한다.
뚜껑을 열어보니 병아리가 죽어있다. 그제야 미연은 병아리를 보며 참았던 울음을 터트린다.
연출의도
신자본주의 사회에 의해서 발생하는 일자리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특별히 젊은 세대들의 일자리 문제가 큰 화두인 현 시대에, 여성이 일자리를 가지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표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