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대림은 벌초를 대행해주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미장원에서 일한다. 그녀를 알고부터는 무덤을 벌초하는 일이 어쩌면 사람들 머리를 깎아주는 일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허나 뒤늦게 그는 그녀가 이미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의 무덤을 찾아 나선다.
연출의도
제주의 수많은 오름위에 흩어져 있는 무덤들을 찾아 떠돌아 다니
는 주인공의 모습은 상당히 함축적인 의미를 갖는다.
오랜 세월동안 이 섬에서 살다가 이곳에 묻힌 제주사람들이 이뤄놓은 정신세계와
고독한 현대인의 일상이 대비되고, 그 속에는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제주사람들의
자연관이 드러날 뿐 아니라 전통과 현대, 그리고 사회와 개인 간의 갈등과 조화라
는 보편적인 주제들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