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인 할머니와 50대인 어머니, 그리고 20대인 딸.
3명의 여성이 각기 다른 경험과 각기 다른 꿈을 가지고 한 가족 안에서 살고 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서로를 가장 따뜻하게
감싸주기도 하지만, 한 개인이기에 앞서 가족안에서 주어지는 역할들이 서로를 억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해마다 초가을이면 아파트 옥상 한구석에서 연례행사로 치뤄지는 ‘고추 말리기’. 이 행사를 통과하는 할머니와 어머니, 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16mm 카메라와 6mm 디지털 카메라로 함께 찍기 시작한다. 다큐와 극영화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양식, 그리고 사람과 영화, 여성과 영화, 현실과 드라마 이 모든 것을 유쾌하게 그리고 솔직담백하게 그리고 있는 영화가 시작된다.
연출의도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을 역할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보기 시작하는 것, 그것은 나와 내 주변의 관계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서, 나는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나의 두 엄마이기도 한 나의 할머니와 엄마의 관계 속에서 느끼게 되는 답답함, 그로 인한 미움과 애정, 그리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살고 싶지 않은 나 자신의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가지고 이 영화를 시작하였다.
영화를 만들려던 2년 동안,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나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각각의 삶의 모습들을 나름대로 사랑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이고, 앞으로 살아가다가 힘든 일들을 만날 때, 더이상 사소한 일들로 서로를 더 힘들게 하지말고 작은 이해의 시선이라도 나눔으로써 힘이 되어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지금의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