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어느 날, 즐거운 마음으로 외출하던 1406호 여자는 화가 난 채 집 밖으로 나온 1405호 남자와 마주친다. 뒤따라 나온 그의 동거녀는 1405호 남자와 격하게 싸움을 벌이고, 1406호 여자는 겁에 질린 채 그들의 싸움을 지켜본다. 그러다 갑자기 성난 사자처럼 1405호 남자에게 달려들던 그의 동거녀는 우발적인 사고로 죽고 만다. 순식간에 벌어진 끔찍한 사건 앞에 남겨지게 된 1406호 여자와 1405호 남자. 겁에 질려 불안해하는 1405호 남자에게 1406호 여자는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연출의도
인간 본성에 대한 우리들의 오래된 고찰, 자고이래 성선설과 성악설이 첨예하게 대립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한다. 인간은 모두 이기적인 존재라는 것. 성선과 성악 모두 이기의 각기 다른 발현일 뿐이다.
인간의 이기, 오롯이 자신의 쾌락과 행복만을 추구하는 본성을 본 작품을 통해 유쾌하게 그려내 보고 싶었다. 일생에서 단 하루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상황을 오히려 가볍고 발랄하게 표현함으로써 더 묵직하게 사람들 뇌리에 남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깊이 고민케 만드는 것. 이것이 내가 이번 작품을 연출하게 된 온전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