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어디에나 아파트가 즐비한 신시가지 거리.
지수가 밤늦게 귀가중이다.
평소에도 지나는 차량이나 행인이 뜸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한산하여 을씨년스러울 정도이다. 사거리 언덕길에 거의 도달했을 때 근처 어디선가 자동차 바퀴의 날카로운 마찰음과 둔탁한 충돌음이 고요한 주변을 뒤흔든다.
교통사고이다. 당황한 지수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사고차량은 뺑소니를 치고 바닥에는 지수 또래의 젊은 여자와 아기가 피투성인 채 쓰러져있다.
연출의도
산업화된 현대의 핵가족 규범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은 대부분 타인과의 소통부재, 혹은 단절에 기인한다. 하여 가족이기주의로 인하여 유지되고 지켜지는 '화목한 가정'은 필연적으로 타인의 희생을 강요한다.
이 작품은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신도시라는 공간안에서, 가족 울타리 안과 밖의 삶이 서로 소통하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비극의 한 단면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