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오후. 산동네 꼭대기에 위치한 현수의 집.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작은 방에는 현수와 할머니가 잠들어 있다. 풍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를 모시고 홀로 살아가는 중학생 현수. 우리는 이 두 사람과 생의 마지막 하루를 함께 한다. 그 날은 아주 무덥고 어딘가 특별했던 하루였다. 유난히 길게 울어대는 매미와 느닷없는 소나기가 유난스럽던 늦여름. 서로를 한없이 그리워했던 오직 두 사람만의 하루였다.
연출의도
누군가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 삶의 이유가 되는 그런 관계가 있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산동네의 작은 방안.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현수와 할머니의 관계는 할머니와 손자와의 사랑. 그 이상의 의미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삶 그 자체의 의미가 되는 간절한 관계. 그것은 인생이란 황량한 길을 함께 걷는 '동행'의 관계이다. 우리내 좁은 골목길에 묻힌 작은 '가족'의 사연을 통해 진정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숨죽여 읊조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