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늙은 기지촌 매춘부 세라진의 생의 마지막 날 하루를 그리고 있다.
어린 시절, 이 곳 기지촌에 오게 된 세라진. 이제 늙은 그녀는 매일 짙은 화장으로 주름진 얼굴을 가리고 술에 의존해서 미군들을 상대로 매춘행위를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매춘부로서의 그녀의 삶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그녀는 기지촌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동물적으로 절감한다.
돈을 떼어먹는 왕년의 업주와의 실랑이도 허사로 돌아간 채, 그녀는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하지만 도청 영세민 사무실에서 자신의 주민등록이 이미 말소됐다는 사실을 알고 애써 부인하려고 했던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제 그녀가 갈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연출의도
몇 년 전 신문에서 기지촌의 60대 매춘부가 미군 병사에 살해됐다는, 단 한 줄 짜리 뉴스를 읽고 이 슬픈 이야기를 떠올렸다. 시나리오의 배경을 그녀가 죽던 날 하루로 한정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고자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는 늙은 매춘부의 삶의 회한과 미추(美醜)가 공존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담고자 했다.
어린 시절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군 부대가 들어선 곳에서 자라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히 소재로서가 아니라 진지한 관점으로 개인적 비극과 사회적 아픔이 맞물리는 비극의 단면을 전달하고 싶었다.